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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몽골 고비사막답사-신경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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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라시아문화연대 작성일 19-10-22 07:53 조회 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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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로 가는 길

신 경 림(시인, 본 연대 고문)

  

달리고 또 달려도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말과 소가 떼를 지어 풀을 뜯고

양과 염소가 바둑돌처럼 섞여 언덕에 박혀 있다

간혹 길을 건너는 낙타들이 차를 막기도 하지만

멀리 구릉 뒤로는 검은 먹구름이 몰려 다니며

금방 비를 몰아올듯 협박한다

 

이정표도 마을도 나오지 않고 나무도 개울도 없다

모래와 돌과 성근 풀뿐이다

차도 기사도 너무 지쳐 차를 세워 보는데

쉴 곳이라곤 차가 만드는 작은 그늘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동행한 몽고 화가들은 신바람이 난다

독한 보드카를 돌리며 청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얼싸안고

유목민의 노래를 부르고 사이사이

 

아들 딸이 가 있다는 한국 노래를 곁들인다

큰 길에서 벗어나자 차는 가다 서다를 되풀이한다

내비도 핸드폰도 안 되니 차는 일단 달리고 보지만

막상 가보면 거기가 아니다

이곳도 옥토였던 때가 있었을까

귀막고 입다문 고집스런 왕녀가 십년을 다스리자

화가 난 조물주가 백년 큰 가뭄으로

돌과 모래의 땅으로 바꿔놓았다는

 

일껏 이곳 먼 땅까지 와서도 좁은 내 나라를 벗어나지 못하는

썰렁한 개그에는 웃는 사람이 없다

판자집이 아파트로 바뀌고 자전거가 승용차로 바뀌었는데도

조금도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넋두리로

차 안은 더 덥고 숨 막히고

이윽고 하늘에 하나둘 별이 보이면서

차는 타조처럼 힘이 세진다

내비보다도 핸드폰보다도 별자리에 더 익숙한

기사는 그제서야 콧노래를 흥얼대고

아득히 먼 데서 게일의 불빛이 눈짓을 한다

확인하니 그곳은 한번 지나쳐 갔던 곳이다

목적지를 가까이 두고 몇 시간을 헤맸다는

안내자의 어이없는 해명에 오히려 일행은 박수와 환호로 안도하고

 

이윽고 고비로 가는 길은 별과 하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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